2019년 3월, MySpace는 조용히 공지 하나를 올렸다. "서버 이전 과정에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이용자들이 올린 사진, 영상, 음원이 전부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사과는 짧았고, 복구는 없었다. 사라진 건 파일 몇 개가 아니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약 5천만 곡, 약 1,400만 명의 아티스트, 12년 분량의 음악이었다. 한 세대가 그 플랫폼에 맡겨둔 "자기 시대"가 단 한 번의 이전 작업으로 증발했고, 그중에는 이제는 다시 녹음할 수 없는 인디 뮤지션들의 초기 데모도 있었다.

플랫폼은 아카이브가 아니다

우리는 쉽게 착각한다. "올라가 있으니까, 보관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플랫폼이 제공하는 건 보관이 아니라 편의다. 클라우드 앨범, 음원 스트리밍, 소셜 피드 — 이 모든 것은 "지금 바로 보여주기"를 위해 설계된 것이지, "50년 뒤에도 그대로 있기"를 위해 설계된 게 아니다.

영상 · 29초

거의 모든 사람에게 비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안전하게 둘 곳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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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은 동사다. 누군가 책임지고,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복구하고, 그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플랫폼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플랫폼은 "서버 이전"이라는 평범한 단어 하나로 12년을 지울 수 있다. 아니, 지웠다.

우리가 믿어온 방법들의 허점

그럼 플랫폼 말고, 우리가 흔히 쓰는 방법들은 어떤가. 하나씩 들여다보면 구멍은 다 비슷하다.

  • 외장하드: 고장이 나기 전에는 경고하지 않는다. "반쯤 고장 난" 하드에서 가족 사진을 건지려다 눈물 흘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 NAS: 집안의 서버는 집안의 관리자를 필요로 한다. 랜섬웨어 한 번, 펌웨어 업데이트 한 번의 실수로 수년 치가 사라진다.
  • 은행 금고: 물건을 넣어주는 곳이지, 지켜봐 주는 곳이 아니다. 습기, 열화, 접근의 번거로움은 고스란히 당신의 몫이다.
  • 집에 숨기기: 화재와 도난 앞에서는 숨긴 장소가 비밀인 것과 안전한 것은 다르다. 그리고 가족이 먼저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방법도 틀린 건 아니다. 다만 "편리한 보관"과 "정식 보관"은 다른 일이다. (암호화 알고리즘, 에어갭 같은 기술적 장치는 어디까지나 주석일 뿐, 본질은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다.)

당신의 기억은, 그들의 비용표 맨 아래에 있다

MySpace는 2011년 Specific Media(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참여한 투자 그룹)에 매각된 뒤 쇠퇴했고, 유지보수 투입은 점점 줄었다. 이건 해킹 사건이 아니다. 사고라기보다는 방치에 가깝다. 회사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이용자들의 추억은 '비용' 칸에 있었다. 비용은 줄이면 줄일수록 좋은 것 — 그래서 "서버 이전" 하나에 12년이 사라졌다.

"무료"의 다른 이름은 "발언권 없음"이다. 요금을 내지 않는다는 건, 그 서비스의 의사결정에 당신이 개입할 통로가 없다는 뜻이다. 플랫폼이 문을 닫든, 개편하든, "전략적 조정"을 하든, 당신의 파일은 그 결정의 부산물일 뿐이다. MySpace는 그걸 온몸으로 증명했다. 세네카는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통제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쓰라"고 했다. 남의 서버에 있는 내 기억은, 통제할 수 없는 쪽에 속한다.

우리도 모르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인에게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멈춰 서던 해, 우리는 다 같이 사진을 건지려고 허둥대던 기억이 있다. 벅스와 멜론에서도 라이선스 정책이 바뀌며 음원이 조용히 사라지는 일을 숱하게 겪었다. "내가 올린 것"과 "내가 가진 것"은 다르다. 우리는 십 년 넘게 그 차이를 외면해 왔다.

정식으로 대한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거창하지 않다. 정식으로 대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자료에 번호를 붙여주고, 봉인을 하고, 육안으로 확인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증명해 주는 것. 내 기억이 누군가의 '업무 목록' 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 "서버 이전 하나에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람이 눈을 떼지 않고 있는 상태.

보관은 동사다. 움직이지 않으면 보관이 아니다. 당신의 가장 소중한 것이 남의 창고에 잠자고 있고, 그 창고 주인이 이미 장사를 접을 마음이라는 걸 모른 채로 두는 일 — 그게 지금 우리 대부분이 하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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