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가 당신의 사진을 노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해커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당신이 정말 두려워하는 건 다른 것입니다. 저녁에 거실 소파에 놓인 태블릿, 아이에게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려고 건넨 휴대폰, 그리고 그 기기들을 함께 쓰는 가족의 손입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편리한' 사진 기능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카카오톡 앨범, 네이버 클라우드, 아이클라우드 공유 앨범, 가족 공유. 이 기능들의 설계 목적은 단 하나,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보는 것"입니다. 동기화, 공유 앨범, 자동 백업, 멀티 기기 연동——하나하나가 '보여주기'를 위한 기계입니다. 그리고 기계는 목적대로 움직입니다. 당신이 숨기고 싶은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영상 · 29초

거의 모든 사람에게 비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안전하게 둘 곳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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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 위해 태어난' 기능들

카카오톡 앨범을 떠올려 보세요. "가족 앨범" 방 하나 파서 가족 단톡방에 사진 올리는 건 이제 예의가 되었습니다. 부모님 생신 사진, 아이 첫 등교, 명절 단체사진. 한 번 올린 사진은 누구의 휴대폰에 몇 장씩 저장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각자 다운로드하고, 각자 백업하고, 각자 스크린샷으로 남깁니다. 원본을 지운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미 '가족의 추억'이 된 사진은 가족 모두의 기기에 흩어져 있습니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더 직접적입니다. 자동 업로드 켜 두면 찍는 족족 구름 위로 올라갑니다. 많은 가정에서 클라우드 계정을 가족이 함께 씁니다. 저장 공간을 아끼자고, 가족 사진을 한곳에 모으자고, 선의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계정에 묶인 사진은 계정에 로그인된 모든 기기에 동등하게 보입니다. 본인 휴대폰, 배우자 휴대폰, 심지어 자녀의 태블릿까지. 아이클라우드도 사정은 같습니다. 옛날에 가족끼리 애플 ID 하나를 같이 쓰던 집들——지금도 그런 집이 적지 않습니다——은 ID에 묶인 모든 사진이 모든 기기로 동기화됩니다. 이건 버그가 아닙니다. 기능입니다. "공유하자"는 명령을 기계가 충실히 수행한 결과일 뿐입니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

"그럼 안 보이는 폴더에 넣어 두면 되잖아."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번 물어보세요. 그 '안 보이는 폴더'는 누구의 휴대폰 안에 있습니까?

삭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폰의 '최근 삭제된 항목'은 지운 사진을 30일 동안 보관합니다. 한 달입니다. 그 한 달 동안 휴대폰을 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사진들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실수로 지웠을 때 살려주는 고마운 기능이 맞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고마움보다 무서움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지운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30일간의 유예'를 받고 휴대폰 안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는 사실이요.

이건 보안 사고가 아닙니다. 해킹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닙니다. 그냥 '가족과 사진을 나누기 쉽게' 만들어진 기능들이 본연의 일을 한 것뿐입니다. 문제는 이 기능들의 세계에서 '숨긴다'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편리함과 은밀함은 한 그릇에 담기지 않는다

세네카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고통받기 전에 두려움으로 고통받는다." 휴대폰을 건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는 감각——애니메이션을 틀어준다며 아이에게 건넨 휴대폰, 아내가 "사진 좀 보여줘" 하며 받아든 태블릿——그 철렁함은 근거가 있습니다. 철렁함의 정체는 '해커가 침입할까 봐'가 아닙니다. '지금 이 기기 안에 내가 지우지도, 보여주지도 못하는 것이 들어 있다'는 정확한 인식입니다.

아렌트는 사적 영역의 붕괴를 경고했습니다. 집 안에서도 사적일 권리가 무너질 때, 인간은 어디에서도 쉴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현대의 사적 영역 붕괴는 거창한 감시에서 오지 않습니다. 가족 단톡방의 앨범에서 옵니다. "가족끼리 뭘 숨겨"라는 무심한 말에서 옵니다. 숨긴다는 건 의심받는 일이고, 안 숨기면 다 보이는 일——이 딜레마의 정체가 바로 '보여주기 위해 태어난' 도구들에 온전히 의존하는 삶입니다.

편리함과 은밀함은 이 지점에서 갈립니다. 동기화와 공유가 편리한 이유와, 그것이 은밀할 수 없는 이유는 같은 이유입니다. 보여주기가 잘되는 기계는 숨기기에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에게 건네는 휴대폰이 깨끗하기를 바란다면, 그 휴대폰 안에 '보여주면 안 되는 것'이 애초에 없어야 합니다. 이게 유일하게 확실한 방법입니다.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곳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우지도 못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도 없는 것들은 어디에 두어야 합니까?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곳에 두는 것입니다. 동기화하지 않는 곳, 공유하지 않는 곳, 멀티 기기와 연결되지 않는 곳.

실제로 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고객이 직접 자신의 기기에서 암호화합니다. 암호화된 저장매체는 그 어떤 네트워크에도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로, 전문 보관 시설에 맡겨집니다. 열쇠(암호)는 고객만 가집니다. 보관 업체는 암호를 알지 못하고, 평문을 보지 않으며, 고객을 대신해 암호화하지도 않습니다. 받아서 일련번호를 매기고, 황동 씰로 봉인하고,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깁니다. 입고할 때 두 사람이 함께 확인합니다. 두 개의 동일한 복사본을 서로 다른 거점에 나누어 보관합니다. 평상시 점검은 반기에 한 번, 씰과 외관을 눈으로 확인하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수준으로, 저장매체에는 일절 손대지 않습니다. (매체를 직접 열어 확인하는 강화 점검은 고객이 서면으로 요청할 때만 합니다.)

이 과정에 기술 용어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암호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한 줄 정도로 알아두면 충분하고, 나머지는 사람과 절차의 문제입니다. 번호가 매겨졌는지, 봉인이 찍혔는지, 두 사람이 확인했는지, 전담 인력이 맡고 있는지. 믿을 만한 건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손과 절차입니다.

에피쿠로스는 말했습니다. 평온은 욕망을 줄이는 데서 온다고. 사진 한 장 때문에 휴대폰을 건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지 않아도 되는 삶——그건 욕망을 줄인 게 아니라, 걱정의 원인을 삶에서 물리적으로 분리한 것입니다. '가족 앨범을 열어도 괜찮은' 휴대폰과 '절대 열리지 않는' 보관함. 이 둘을 나누는 순간, 철렁함은 사라집니다.

가족이 당신의 적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가족이 해킹한다는 말도 아닙니다. 그저 가족 앨범을 연다는 것뿐입니다. 그게 가장 무서운 일이라는 것——이 기계들의 시대에, 그 단순한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절반은 해결한 셈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보여주기 위해 태어나지 않은 곳을 찾는 일입니다.